‘배구여제’ 김연경(36·흥국생명)이 다시 갈림길에 섰다.
김연경이 분전한 흥국생명은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챔피언 결정전에서 현대건설에 3연패로 무너지며 또 한번 준우승에 머물렀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1위로 도전한 챔피언 결정전에서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1, 2차전을 먼저 잡은 뒤 믿을 수 없는 ‘리버스 스윕’ 패배로 준우승에 그친 데 이어 다시금 좌절을 맛봤다.
김연경은 언제나 그랬듯 대단한 실력을 뽐냈다. 정규리그(36경기)에선 득점 6위, 공격종합 2위, 수비 8위를 기록했고, 챔피언 결정전 3경기에서도 매번 20점 이상을 뽑아내며 팀 화력의 상당 부분을 책임졌다. 늘 특급 외국인선수 이상의 활약을 펼쳤기에 상대팀들은 “흥국생명에는 용병이 3명(아시아쿼터 포함)이 뛰고 있다”며 부러워했다.
김연경은 정말로 우승을 갈망해왔다. V리그에선 프로 커리어 초반 흥국생명의 3차례 우승(2005~2006, 2006~2007, 2008~2009시즌)이 마지막이다. JT마블러스(일본)~페네르바체~엑자시바시(이상 튀르키예)~상하이 브라이트(중국) 등 해외에서 큰 성공을 거둔 뒤 돌아왔지만 V리그는 그에게 더 이상 트로피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흥국생명에 일시 복귀한 2020~2021시즌에는 GS칼텍스에 무너졌고, 잠시 중국에 다녀온 뒤에는 2시즌 연속 충격의 준우승뿐이다.
이제 관심사는 김연경의 다음 행보다. 지난 시즌 중반 ‘은퇴’를 암시하는 발언으로 주목을 받은 그는 시즌 종료 후 고민 끝에 자유계약선수(FA) 신분으로 1년 재계약하며 현역 연장을 택했다. 공교롭게도 당시 FA 김연경에게 손을 내민 팀이 현대건설이었다.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다. 계약이 끝난 김연경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단, 아무런 걸림돌 없이 새 팀을 찾을 수 있는 FA 신분은 아니다. V리그 규정상 다시 FA 권리를 얻기 위해선 3년을 더 뛰어야 한다. 결국 김연경이 현역으로 남으려면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어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이적도 가능하나 이런 결정을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현재로선 적지 않은 나이에도 최정상급 기량을 지닌 김연경이 ‘라스트 댄스’를 계속할 것으로 보이지만 흥국생명으로서도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 우승할 수 있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본인이 마음을 결정한 뒤다. 마치 ‘데자뷔’처럼 지난 시즌의 이 무렵과 비슷한 입장에 선 김연경의 선택에 눈길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