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페이스애슬리트팀신운선“얼음타격할때짜릿…목표는올림픽금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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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0 11:50
아이스클라이밍 세계1위 복귀
“암벽등반하다 빙벽의 매력에 빠져
얼음이 깨지지 않을지 늘 불안해
불안감 안고 정상 오르면 성취감↑
훈련에 집중할 수 있는 지원 감사”올 시즌 7개 대회에서 우승하며 세계 시즌 랭킹 1위에 복귀한 노스페이스 애슬리트팀 신운선이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했다. 여리고 앳돼 보이는 외모와 매치되지 않는 그의 투박한 손이 그가 세계 최강의 아이스 클라이머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올 시즌 출전한 7개 대회에서 모두 금메달 획득, 국내 최초 UIAA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 3개 대회 우승을 거머쥐며 시즌 랭킹 1위 복귀.
노스페이스 애슬리트팀 소속 신운선은 하루하루 자신의 신화를 고쳐 쓰고 있다. ‘얼음의 여왕’이란 별명은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큰 눈에 작고 갸름한 얼굴을 한 신운선은 1시간 남짓한 인터뷰 동안 경상도 여성 특유의 억양이 섞인 어투로 어린 시절부터 클라이밍과의 인연, 선수로 살아가는 현재의 일상까지 솔직하고 시원시원하게 풀어냈다. 그의 손을 눈으로 보기 전까지는 스포츠 선수가 아니라 연예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었을 정도였다.
●산과 들을 뛰놀던 소녀, 세계 1위로
아이스클라이밍을 시작한 지 어언 20년. 1세대 선수인 신운선은 “종목 특성상 경험이 중요한데, 그동안 꾸준히 경기에 참가하며 축적된 경험이 이제야 빛을 보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올 시즌에서만 7차례 우승했다. 월드컵 3개 대회 우승, 앞서 국가대표 선발전인 국내 2개 대회 우승, 프랑스 샴파니에서 열린 컨티넨탈컵 우승, 이후 귀국해 동계체전 우승이다.
놀라운 것은 그가 학창시절 엘리트 선수 생활을 한 적이 없다는 것으로 심지어 대학에서는 운동과 전혀 무관한 세무회계를 전공했다. 다만 시골에서 산과 들을 뛰놀며 자란 신운선은 운동을 좋아하는 소녀였고 인라인스케이트, 골프, 검도 등 다양한 운동을 경험했다.
“하루는 우연히 TV에서 등반가의 모습을 봤어요. 인터넷 검색을 해봤더니 클라이밍을 배울 수 있는 곳이 대구에도 있더라고요. 찾아가서 체험을 해보고, 바로 등록했죠.”
당시 실내암장의 시설은 지금과 달리 매우 열악한 수준이었다. 천장도 낮아 주로 옆으로 움직이는 동작이 많았다. 여성회원은 거의 없었다.
“암벽등반부터 시작했는데 겨울이 되니 추워져서 암벽 대신 빙벽등반을 따라다니게 됐어요. 선배님들 경기 출전할 때도 따라다녔는데 그때마다 애정을 갖고 가르쳐주셔서 재미를 붙이게 된 거죠.”
신운선은 아이스클라이밍만의 매력을 “얼음을 타격할 때 느껴지는 자릿한 손맛”이라고 했다. 이 손맛은 낚시 마니아들이 꿈에도 잊지 못하는 월척의 손맛과 같단다.
일반 클라이밍이 손으로 잡고 오르는 것과 달리 아이스클라이밍은 아이스액스(얼음도끼)를 이용해 걸거나 타격을 하며 오른다. 도구를 사용하는 만큼 손끝에서 느낄 수 있는 섬세한 감각은 포기해야 한다. 제대로 걸린 것인지, 얼음이 부서서진 않을지 늘 불안하다. 신운선은 “이 불안감을 안고 끝까지 집중해 정상에 올랐을 때 얻을 수 있는 성취감과 스릴은 무엇과도 비교하기 어렵다”고 했다.
신운선의 아이스클라이밍 경기 모습. 사진제공|노스페이스
●“스스로의 한계 도전 목표”
신운선은 노스페이스 애슬리트팀의 창단멤버로 2005년부터 노스페이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이 팀에는 현재 신운선을 비롯해 스포츠클라이밍 국가대표 서채현, 정지민, 천종원, 트레일러닝 김지섭 등 다수의 국가대표와 등반가, 탐험가들이 소속돼 있으며 각자의 분야에서 한계에 도전하고 있다.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훈련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감사히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 팀의 경우 성과가 좋든 나쁘든 안정적인 지원을 해주셔서 압박감을 덜고 경기에 임할 수 있다는 것이 다른 팀과 다른 점인 것 같아요. 저 역시 노스페이스 애슬리트팀에 합류하면서 전환점이 되어 본격적으로 훈련에 집중할 수 있었고 지금까지의 성적을 낼 수 있었습니다. 키다리아저씨처럼 아낌없는 후원을 해주신 성기학 회장님과의 인연을 매우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40대 중반의 나이에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는 신운선은 후배들의 롤모델이자 선망의 대상이다. 그의 다음 목표는 동계올림픽을 향해 있다. 물론 금메달이다.
“아직 2030 동계올림픽 종목 채택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고, 혹시 된다고 해도 그때가 되면 제 나이가 50대에 접어들겠지만 나이를 극복하고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호기심 반, 도전의식 반으로 제 스스로의 한계에 도전하며 타인에게 용기와 귀감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저의 목표라고 할 수 있겠네요.”
신운선은 후배들에 대한 격려도 잊지 않았다.
“도전하고,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기를. 실패와 두려움마저 경험이 되니 망설이지 말기를. 도전해서 경험을 쌓고, 앞으로 성큼성큼 나아가라고 응원해주고 싶습니다!”
신운선의 손은 거칠고 투박했다. 손바닥은 굳은살로 이루어진 바위산 같았으며, 중력을 이겨내는 손가락은 마디가 굵었다. 악수를 청한 김에 호기를 부려 보았다.
“한번 꽉 쥐어 봐 주시겠습니까.”
“괜찮으시겠어요?”
“네, 괜찮 … 아아악!”
양형모 스포츠동아 기자 hmyang0307@donga.com
“암벽등반하다 빙벽의 매력에 빠져
얼음이 깨지지 않을지 늘 불안해
불안감 안고 정상 오르면 성취감↑
훈련에 집중할 수 있는 지원 감사”올 시즌 7개 대회에서 우승하며 세계 시즌 랭킹 1위에 복귀한 노스페이스 애슬리트팀 신운선이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했다. 여리고 앳돼 보이는 외모와 매치되지 않는 그의 투박한 손이 그가 세계 최강의 아이스 클라이머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올 시즌 출전한 7개 대회에서 모두 금메달 획득, 국내 최초 UIAA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 3개 대회 우승을 거머쥐며 시즌 랭킹 1위 복귀.
노스페이스 애슬리트팀 소속 신운선은 하루하루 자신의 신화를 고쳐 쓰고 있다. ‘얼음의 여왕’이란 별명은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큰 눈에 작고 갸름한 얼굴을 한 신운선은 1시간 남짓한 인터뷰 동안 경상도 여성 특유의 억양이 섞인 어투로 어린 시절부터 클라이밍과의 인연, 선수로 살아가는 현재의 일상까지 솔직하고 시원시원하게 풀어냈다. 그의 손을 눈으로 보기 전까지는 스포츠 선수가 아니라 연예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었을 정도였다.
●산과 들을 뛰놀던 소녀, 세계 1위로
아이스클라이밍을 시작한 지 어언 20년. 1세대 선수인 신운선은 “종목 특성상 경험이 중요한데, 그동안 꾸준히 경기에 참가하며 축적된 경험이 이제야 빛을 보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올 시즌에서만 7차례 우승했다. 월드컵 3개 대회 우승, 앞서 국가대표 선발전인 국내 2개 대회 우승, 프랑스 샴파니에서 열린 컨티넨탈컵 우승, 이후 귀국해 동계체전 우승이다.
놀라운 것은 그가 학창시절 엘리트 선수 생활을 한 적이 없다는 것으로 심지어 대학에서는 운동과 전혀 무관한 세무회계를 전공했다. 다만 시골에서 산과 들을 뛰놀며 자란 신운선은 운동을 좋아하는 소녀였고 인라인스케이트, 골프, 검도 등 다양한 운동을 경험했다.
“하루는 우연히 TV에서 등반가의 모습을 봤어요. 인터넷 검색을 해봤더니 클라이밍을 배울 수 있는 곳이 대구에도 있더라고요. 찾아가서 체험을 해보고, 바로 등록했죠.”
당시 실내암장의 시설은 지금과 달리 매우 열악한 수준이었다. 천장도 낮아 주로 옆으로 움직이는 동작이 많았다. 여성회원은 거의 없었다.
“암벽등반부터 시작했는데 겨울이 되니 추워져서 암벽 대신 빙벽등반을 따라다니게 됐어요. 선배님들 경기 출전할 때도 따라다녔는데 그때마다 애정을 갖고 가르쳐주셔서 재미를 붙이게 된 거죠.”
신운선은 아이스클라이밍만의 매력을 “얼음을 타격할 때 느껴지는 자릿한 손맛”이라고 했다. 이 손맛은 낚시 마니아들이 꿈에도 잊지 못하는 월척의 손맛과 같단다.
일반 클라이밍이 손으로 잡고 오르는 것과 달리 아이스클라이밍은 아이스액스(얼음도끼)를 이용해 걸거나 타격을 하며 오른다. 도구를 사용하는 만큼 손끝에서 느낄 수 있는 섬세한 감각은 포기해야 한다. 제대로 걸린 것인지, 얼음이 부서서진 않을지 늘 불안하다. 신운선은 “이 불안감을 안고 끝까지 집중해 정상에 올랐을 때 얻을 수 있는 성취감과 스릴은 무엇과도 비교하기 어렵다”고 했다.
신운선의 아이스클라이밍 경기 모습. 사진제공|노스페이스
●“스스로의 한계 도전 목표”
신운선은 노스페이스 애슬리트팀의 창단멤버로 2005년부터 노스페이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이 팀에는 현재 신운선을 비롯해 스포츠클라이밍 국가대표 서채현, 정지민, 천종원, 트레일러닝 김지섭 등 다수의 국가대표와 등반가, 탐험가들이 소속돼 있으며 각자의 분야에서 한계에 도전하고 있다.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훈련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감사히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 팀의 경우 성과가 좋든 나쁘든 안정적인 지원을 해주셔서 압박감을 덜고 경기에 임할 수 있다는 것이 다른 팀과 다른 점인 것 같아요. 저 역시 노스페이스 애슬리트팀에 합류하면서 전환점이 되어 본격적으로 훈련에 집중할 수 있었고 지금까지의 성적을 낼 수 있었습니다. 키다리아저씨처럼 아낌없는 후원을 해주신 성기학 회장님과의 인연을 매우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40대 중반의 나이에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는 신운선은 후배들의 롤모델이자 선망의 대상이다. 그의 다음 목표는 동계올림픽을 향해 있다. 물론 금메달이다.
“아직 2030 동계올림픽 종목 채택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고, 혹시 된다고 해도 그때가 되면 제 나이가 50대에 접어들겠지만 나이를 극복하고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호기심 반, 도전의식 반으로 제 스스로의 한계에 도전하며 타인에게 용기와 귀감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저의 목표라고 할 수 있겠네요.”
신운선은 후배들에 대한 격려도 잊지 않았다.
“도전하고,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기를. 실패와 두려움마저 경험이 되니 망설이지 말기를. 도전해서 경험을 쌓고, 앞으로 성큼성큼 나아가라고 응원해주고 싶습니다!”
신운선의 손은 거칠고 투박했다. 손바닥은 굳은살로 이루어진 바위산 같았으며, 중력을 이겨내는 손가락은 마디가 굵었다. 악수를 청한 김에 호기를 부려 보았다.
“한번 꽉 쥐어 봐 주시겠습니까.”
“괜찮으시겠어요?”
“네, 괜찮 … 아아악!”
양형모 스포츠동아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