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과 비난의 무한 반복이다. 잉글랜드 축구대표팀은 늘 도마에 오른 물고기 신세다. 결국 성과로 보여줘야 하는데 좋은 기억이 없다. 모두가 “풋볼 이즈 커밍 홈(Football is coming home·축구가 집으로 온다)”을 간절히 외쳐도 엉킨 실타는 풀리지 않는다. ‘축구 종주국’의 메이저대회 타이틀은 자국에서 개최된 1966년 월드컵이 마지막이다.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이끄는 잉글랜드는 2024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24)에서 품지 못한 타이틀을 꿈꾼다. 일단 첫 관문은 통과했다. 잉글랜드는 26일(한국시간) 독일 쾰른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C조 최종전(3차전)에서 슬로베니아와 0-0으로 비겨 1승2무(승점 5)의 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
여전히 안갯속이다. 청량감이 없다. 찬스가 많지 않았다. 주장 해리 케인이 원 톱에 서고, 주드 벨링엄이 2선에서 좌우 날개 필 포든~부카요 사카와 호흡했지만 골 기회가 드물었다. 라인을 깨지 않고 존 디펜스에 집중한 상대를 공략하지 못했다.
자비 없는 팬들은 경기 중엔 목청껏 “잉글랜드”를 외치고도 하프타임과 경기 종료를 알리는 주심 휘슬이 울리자 휘파람과 야유 세례를 퍼부었다. 피치에 나와 고개 숙여 인사한 사우스게이트 감독에게는 물병이 날아들고 스탠드로 선뜻 다가서지 못한 선수들에게는 “지옥에나 떨어져라” 따위의 저주가 향했다.
그럴 만도 했다. ‘삼사자군단’은 조별리그 내내 부진하다. 세르비아와 1차전을 1-0으로 이긴 뒤 2차전에서 덴마크와 1-1로 비겼다. 여론이 들끓었다. 경기력이 좋지 않은데다 토너먼트진출을 빠르게 확정하지 못하자 온갖 질타가 쏟아졌다. 슬로베니아전은 극에 달한 분노를 마음껏 표출할 수 있는 기회였다.
케인은 슬로베니아전을 앞두고 “잉글랜드 대표팀은 선수 출신 해설자들의 말을 참 힘들어 한다”면서 “의견도 좋지만 책임감이 필요하다. 우린 잉글랜드 대표로 이룬 것이 없고 그들 또한 그랬다”고 꼬집었다. 결국 피차일반이란 의미인데, 개리 리네커는 “모든 언론이 의문을 품었다. 비판은 당연하다”고 받아치고 앨런 시어러도 “개인적 견해가 아니다. 끔찍하면 말해줘야 한다”며 날을 세웠다.
당연히 케인의 가슴도 타들어간다. 그만한 ‘비운의 아이콘’은 세상에 없다. 토트넘(잉글랜드)에서 4차례 준우승(리그 1회·챔피언스리그 1회·리그컵 2회)에 그쳤다. 심지어 우승을 밥먹듯 해온 바이에른 뮌헨(독일)은 케인과 첫 동행한 지난 시즌을 처참하게 마무리했다. 케인은 36골로 분데스리가 득점왕에 올랐음에도 ‘무관의 저주’에 또 울었다.
이번에야말로 케인은 지긋지긋한 멍에를 벗고 싶다. 3년 전에도 기회는 있었다. 안방 런던 웸블리에서 이탈리아와 유로2020 결승전에서 싸웠다. 결과는 승부차기 패배. 여전히 고통스럽고 불쾌한 기억이다.
그러나 3번째 유로 무대에 도전한 케인은 할 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덴마크전 1골로는 영 체면이 서지 않는다. 세르비아에 이어 슬로베니아도 맨마팅을 붙이지 않고도 세계적 킬러를 완벽히 차단했다. 볼이 오지 않자 아예 외곽으로 빠지거나 측면으로 이동할 때가 잦았다. 조별리그 3경기 동안 그는 슛 8개에 그쳤다. 슛이 없는데 골이 터질 리 없다. 케인의 고립이 풀리지 않으면 잉글랜드의 선전도, 우승도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