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축구는 역대급 흥행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2023카타르아시안컵 우승 실패, 그 여파로 인한 국가대표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독일)의 경질, 지지부진한 대표팀 차기 사령탑 선임 작업, 2024파리올림픽 본선 진출 좌절 등 이런저런 악재가 끊이질 않는데도 K리그의 인기는 식지 않고 있다. 어쩌면 각급 대표팀과 대한축구협회를 향한 불신과 절망을 매 라운드 숱한 스토리를 써내려가는 K리그가 희망으로 바꿔주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요즘 K리그 최고의 아이콘은 ‘무서운 18세’ 양민혁(강원FC)이다. 16라운드까지 마친 ‘하나은행 K리그1 2024’에서 소속팀의 전 경기에 출전하며 4골·3도움을 올리는 한편 라운드 베스트11에도 3차례나 이름을 올렸다.
양민혁은 최근 2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뽑았다. 지난달 29일 전북 현대와 15라운드 홈경기(2-1 승)에선 전반 3분 만에 골 맛을 보며 승리의 기운을 불어넣었고, 2일 제주 유나이티드와 16라운드 원정경기(2-1 승)에선 전반 41분 야고의 결승골을 어시스트하며 팀의 4연승을 이끌었다. 강원의 4연승은 무려 7년만으로, 2017년 5연승이 팀 역대 최장기록이다.
양민혁의 맹활약 속에 ‘만년 하위팀’의 이미지가 강했던 강원도 놀라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8승4무4패, 승점 28로 4위다. 선두 울산 HD(9승4무3패·승점 31)와 불과 3점차다.
초반부 16경기를 기준으로 했을 때 구단 역사상 가장 압도적인 퍼포먼스다. K리그1 승격 이후 22점(2018년)~21점(2019년)~17점(2020년)~16점(2021년)~15점(2022년)~12점(2023년)에 그쳤다. 하위권 다툼, 강등 사투가 불가피했다.
올 시즌은 다르다. 윤정환 감독이 이끄는 강원은 환골탈태했다. 29골로 울산(31골)에 이어 팀 득점 2위다. 8골을 터트린 골잡이 이상헌, 오른쪽 측면을 주로 책임지는 윙포워드 양민혁이 중심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축구와 학업을 병행하는 준프로 신분, 월급 100만 원에 불과한 10대 선수가 놀라운 움직임으로 국가대표와 K리그 베테랑들을 녹여버리는 모습에 많은 팬들은 환호한다.
정작 본인은 얼떨떨하다. “나도 이렇게 빨리 성장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어쩌다보니 동계훈련부터 동행했는데, 생각보다 K리그 데뷔전 기회가 빨리 왔다”며 멋쩍은 미소를 지을 뿐이다.
그래도 자신만만하다. 양민혁은 “(윤정환) 감독님은 담대하고 대범하게 싸우라고 하신다. 실수해도 격려해주신다. 믿고 맡겨주신다는 점이 영광스럽다. 몸 관리에 더 신경 쓰고 잘 먹으려고 한다. 지금 분위기를 지키려면 많이 이겨야 한다. 결과가 나와야 힘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즌 전 목표(공격 포인트 5개)를 일찌감치 넘어선 양민혁은 이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도 관심을 받는 선수가 됐다. 전북전이 벌어진 춘천 현장은 유럽 에이전트가 직접 찾았다. 그래도 ‘스텝 바이 스텝’이다. 어차피 ‘준프로’ 자격으로 해외 이적은 어렵다. “구체적인 목표는 두지 않겠다. 힘이 닿는 데까지 묵묵히 노력하고 열정을 쏟겠다. 일단 팀에 집중하겠다”는 것이 양민혁의 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