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시절 ‘재미없는 감독’ 오명
‘최선의 수비=공격’ 변화도 주효
3골 이상 넣은 3경기 모두 승리
“나부터 이미지를 바꾸고 싶었다”
“저도 깜작 놀란다니까요.”
윤정환 강원FC 감독(51)이 환하게 웃었다. 8라운드까지 소화한 ‘하나은행 K리그1 2024’의 큰 이슈는 ‘강원도의 힘’이다. 오래 전 영화 제목이 아닌, ‘현재진행형’ 스토리다.
강원은 21일 춘천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정규리그 홈경기에서 브라질 공격수 야고의 해트트릭을 앞세워 인천 유나이티드를 4-1로 격파했다. 3승3무2패, 승점 12로 4위까지 도약했다. 강등권을 헤맨 지난 시즌을 떠올리면 오산이다.
화끈한 화력이 인상적이다. 국내 공격수 이상헌(7골)과 야고(3골), 베테랑 수비수 윤석영(2골) 등의 기록을 묶어 15골이다. 울산 HD(16골)에 이은 팀 득점 2위다. 지난해 강원은 38경기에서 30골에 머무를 정도로 창끝이 무뎠으나 이번 시즌은 다르다.
자연스레 ‘윤정환 축구’에 대한 재평가도 이뤄지고 있다. 과거 윤 감독은 ‘재미없는 축구를 하는 지도자’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2015년과 2016년 울산을 이끈 그의 당시 별명은 ‘윤할’이었다. 경기는 재미없고 성적도 좋지 않던 루이 판 할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의 이름을 빗댄 조롱이다. 2011년부터 2014년 여름까지 사간 도스(일본)에서 놀라운 지도력을 뽐낸 뒤 K리그에서 새롭게 출발한 터라 실망도 컸다.
“그 땐 뒷문 단속이 먼저”라는 생각에서 수비를 더 강조했을 뿐인데 결과적으로 K리그 감독으로서의 첫 여정은 실패했다. 그러나 윤 감독은 무능하지 않았다. 현역 시절 최고의 플레이메이커로 명성을 떨친 그이다. 상황을 이용하고 흐름을 바꿀 줄 안다. 세레소 오사카(일본·2017∼2018), 무앙통(태국·2019), 제프 유나이티드(일본·2020∼2022)에서 성공과 실패를 두루 경험하며 더 단단해졌다.
그렇게 지난해 6월 강원에 부임하며 K리그에서의 두 번째 출발에 나섰다.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지난 시즌 강원은 K리그2 김포FC와 승강 플레이오프(PO)까지 거치며 어렵게 생존했다. 뭔가 시도할 환경이 아니었다. 스리백에서 포백으로 바꾼 정도가 큰 변화였다.
2024시즌을 위한 휴식기는 기회였다. 튀르키예 동계훈련에서 윤 감독은 새 컬러를 입히는 데 주력했다. 많이 뛰면서 공격적이고 주도적 플레이를 강조했다. 게임 플랜을 정하고, 시즌 모델을 확립했다. ‘약팀=수비’의 고정관념도 깼다. 최고의 수비는 공격이란 인식을 심어줬다.
효과가 있었다. 반신반의하던 선수들은 시즌이 개막하자 날개를 폈다. 강원의 무득점 경기는 7라운드 울산 원정(0-4 패)이 유일하고, 3골 이상 넣은 3경기를 모두 이겼다. 대부분의 골이 계획된 패턴 공격에서 만들어졌다. 윤 감독은 “나부터 이미지를 바꾸고 싶었다. 요즘 트렌드를 따르되, 선수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부족함도 있으나 지금까진 잘 따라주고 있다”며 만족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