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신경전은 '이 팀'에서 다 나온다? 올 시즌 가장 많은 신경전과 퇴장극이 나오는 팀 중 하나인 휴스턴 로켓츠. 불과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가장 소프트한 팀이었던 그들은 올 시즌 NBA 30개 팀 가운데 가장 터프한 팀으로 거듭났다.
24일(한국시간) 도요타센터에서 열린 2023-2024 NBA 정규시즌 유타 재즈와의 경기에서 147-119 완승을 거둔 휴스턴 로켓츠는 8연승을 거두며 5할 승률(35승 35패)에 복귀하는데 성공했다.
어느덧 서부 11위를 기록하게 된 휴스턴은 플레이인 토너먼트 마지노선인 서부 컨퍼런스 10위와의 격차가 1.5경기 차이로 줄어들게 되었다.
현재 서부 10위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것이다. 36승 33패로 휴스턴에 소폭 앞서있는데, 최근 분위기를 봤을 때 휴스턴이 골든스테이트를 몰아내고 플레이인 토너먼트 마지막 자리를 차지한다해도 놀랄 일이 아니다.
시즌 종료가 머지 않은 시점, 지난 시즌 22승 60패를 기록했던 팀이 5할 승률을 거두며 플레이인 토너먼트 싸움을 하고 있다는 것은 상당히 놀라운 일이다. 더군다나 휴스턴은 경기당 21.1점 9.3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의 1옵션으로 활약하고 있던 알파렌 센군이 발목 수술로 시즌 아웃 판정을 받은 상태다. 과연 휴스턴은 센군 없이 어떻게 시즌을 뒤집고 플레이인 토너먼트 최대 복병으로 떠오른 것일까.
#제일런 그린의 대폭발
2021 드래프트는 케이드 커닝햄(디트로이트), 스카티 반즈(토론토), 에반 모블리(클리블랜드), 프란즈 바그너(올랜도) 등을 배출한 상당히 수준 높은 드래프트였다. 휴스턴의 에이스로 자리잡은 센군도 해당 드래프트 16순위로 NBA에 입성한 자원이었다.
이같은 드래프트서 휴스턴이 2순위로 지명한 선수는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겼다. 제일런 그린은 G리그 이그나이트 시절 폭발적인 득점력을 보여주며 전체 2순위로 휴스턴의 지명을 받았다. 폭발적인 운동 능력과 득점에서의 창의성을 인정받으며 차세대 정상급 득점원이 될 것으로 기대받았다.
하지만 그린은 NBA입성 이후 줄곧 기대치를 밑돌았다. 평균 득점 자체는 20점 내외로 준수했지만 40% 정도의 야투율, 30% 정도의 3점슛 성공률이 문제였다. 슛의 효율이 매우 안 좋았고, 올 시즌까지도 이같은 굴욕적인 활약이 이어지면서 휴스턴 팬들의 아쉬움을 샀다.
이같이 아픈 손가락으로 평가받던 그린이 이번 시즌 후반기 들어서 비로소 감을 잡은 모습이다. 데뷔 당시 기대받았던 모습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전반기까지 경기당 평균 18점 4.8리바운드 3.4어시스트 야투율 41% 3점슛 성공률 30.7%를 기록하고 있던 그린은 후반기 들어서 평균 24.4점 5.5리바운드 3.4어시스트 야투율 46% 3점슛 성공률 40%를 기록하며 완벽히 반등에 성공했다.
이같은 반등은 어떻게 가능했던 것일까. 그린은 늘 갖고 있는 재능은 많은데 이를 잘 살리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던 선수였다. 운동 능력은 NBA에서도 정상급이고 드리블 능력도 좋은데, 이를 잘 살리지 못하는 비효율적인 공격을 일삼았다. 가지고 있는 무기들은 많은데 이를 전혀 조합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는 휴스턴 코칭스태프의 무능력에서 온 부분도 크다. 휴스턴 로켓츠는 지난 시즌까지 스티븐 사일러스 감독과 함께 방관에 가까운 농구를 했다. 그린과 현재 리그에서 방출 수순을 밟게 된 케빈 포터 주니어가 이끌던 공격 일변도 농구는 정돈된 느낌이 전혀 없었다.
그래도 시즌을 앞두고 부임 첫 해 보스턴 셀틱스 준우승을 이끌었던 이메 우도카 감독을 데리고 오면서 보다 제대로된 관리를 받기 시작했다. 출전 시간 및 야투 시도 개수 등에서 통제를 받으며 보다 제대로 된 공격을 배우기 시작했다. 전반기까지 직전의 패턴들이 몸에 남아있었는데, 후반기 들어서 효율적인 공격 시스템 아래에서 기량을 만개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요약하자면, 가지고 있던 능력은 많지만 제대로 된 시스템도 없었고 방향성도 없었던 그린이 비로소 안정된 시스템을 만나면서 기량을 만개한 것이다. 시스템 이해도가 더욱 높아지면 그의 기량이 더욱 만개할 것이라 기대하는 자들도 여럿 있다.
#마침내 생긴 팀 컬러
최근 들어 NBA에서 가장 많은 싸움에 휘말리는 팀이 어디인줄 아는가. 단연 휴스턴 로켓츠다.
근 1달 사이만해도 정말 많은 다툼이 코트장 위에서 일어났다. 약 3주 전 신인 캠 위트모어는 피닉스 선즈와의 경기에서 데빈 부커와 트래쉬 토크 후 몸싸움을 펼쳤다. 곧이어 브래들리 빌(피닉스)는 그린을 밀치며 퇴장당하기도 했다. 2주 전 열린 샌안토니오 스퍼스와의 경기에서는 신인 아멘 톰슨이 상대 제레미 소핸과 신경전을 펼쳤다. 이틀 전 시카고 불스와의 경기에서 더마 드로잔과 딜런 브룩스는 다툼 끝에 동반 퇴장당했고, 24일 열린 유타와의 경기에서는 2쿼터 자바리 스미스 주니어가 상대 크리스 던과의 몸싸움 끝에 동반 퇴장당했다.
수위 높은 몸싸움은 결코 좋은 것이 아니다. 휴스턴 선수들이 최근 보인 난투극들 사이에서는 분명 불필요한 것들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들어 휴스턴 선수들 사이에서 엄청난 터프함이 생긴 것은 부정할 수 없는 노릇이다. 흡사 과거 디트로이트 피스톤스 선수들이 일명 배드보이즈 시절 보였던 터프함이 일부 보이는 부분들도 있다.
올 시즌 휴스턴은 이미 수비력은 갖추고 있었다. 수비 장인 우도카 감독이 부임하면서 리그 29위였던 디펜시브 레이팅을 상위권인 7위까지는 끌어올려놓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터프하다는 느낌까지는 없었다. 최근 전까지 말이다. 최근 들어 휴스턴 선수들은 단순히 수비력이 아닌 기세로 상대를 무너뜨리고 있다. 상대보다 한 발 더 뛰는 활동량, 상대를 압도하는 자신감 등으로 말이다.
이는 최근 연승 기록에서도 볼 수 있다. 8연승 기간동안 휴스턴이 상대 선수들을 100점 초반대로 묶은 경기는 많지 않다. 오히려 120점 내외의 공격력을 터뜨리며 기존 팀 컬러 외의 방법으로 승리하기 사직했다.
앞서 최근들어 선수들의 난투극(?)이 많아진 점을 짚은 바 있다. 지난 시즌까지는 거의 볼 수 없었던 부분이다. 상대 선수와의 신경전은 대부분 승리하려고 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몸싸움, 상대 선수를 도발하는 과정에서의 트래쉬토킹 등에서 나오는데, 이같은 모습은 지난 시즌 거의 찾아볼 수 없던 것이다. 좋게 얘기하면 선수들이 승리하고자 하는 열정이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고, 실제로 기세에서 상대 선수들을 압도하고 있다.
이는 휴스턴이 완벽하게 의도한 바와 같다고 볼 수 있다. 신임 감독으로 선임한 이메 우도카는 세련된 공격 전술로 알려져있는 지도자라기보다 빈틈없는 수비와 워크 에씩 등에서 강점이 있는 지도자다.
비시즌 FA 시장에서도 프래드 반블릿, 딜런 브룩스를 다소 오버페이하면서 잡았다. 두선수는 모두 상위 지명으로 NBA에 입성한 엘리트 코스와는 거리가 먼 선수들. 언드래프티이자 2라운드 45순위 지명자였던 두 선수는 모두 터프함으로 리그에서 준수한 자원들로 올라섰던 자들이다. 감독부터 FA시장 영입까지 팀의 터프함을 높이는 것에 중심을 뒀고, 그 결과 지지않고 상대를 부담스럽게 하는 매우 터프한 팀이 완성되었다.
과거 1980년대 후반부를 이끌었던 디트로이트 피스톤스는 일명 배드보이즈로 불리고는 했다. 아이재아 토마스, 조 두마스, 빌 레임비어 등 원래부터 터프했던 선수들이 시너지를 내면서 역대급 터프함을 뽐냈고, 그들은 우승을 많이 거두지는 못했지만 NBA 역사상 가장 임팩트 있던 팀 중 하나로 기억되고는 한다.
아직 배드보이즈를 따라가기에는 너무 멀지만, 그들의 모습이 이따금 보인다는 점만 해도 상당히 고무적이다. 지난 시즌까지 아예 없던 팀 컬러가 확실하게 생겼다는 증거이며, 어떠한 팀도 이제 휴스턴을 상대하면서 만만하다는 인식은 없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성적에 가장 중요한 부분은 팀 컬러 확립 및 이를 꾸준히 지켜나가는 연속성이다. 그것들만이 지켜지면 성적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기 마련이다. 휴스턴에 팀 컬러가 생겼다는 점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미래는?
휴스턴은 브루클린 네츠 비보호 1라운드 지명권을 비롯, 꽤 괜찮은 미래 자산을 여럿 보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직 잠재력이 깨워지지 않은 자바리 스미스 주니어(2022 드래프트 3픽), 신인 아멘 톰슨과 캠 위트모어 등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확고한 에이스 센군의 급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