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대표팀은 50점, 여자대표팀은 80점을 주겠다.”
주세혁 남자탁구대표팀 감독(44)과 오광헌 여자탁구대표팀 감독(54)은 ‘신한은행 2024 인천 WTT 챔피언스’를 마친 뒤 선수들을 향해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세계 톱랭커들이 모인 이번 대회에선 남녀단식만 펼쳤는데, 7월 2024파리올림픽을 앞둔 시점에서 과제만 잔뜩 확인했기 때문이다.
대표팀은 31일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막을 내린 이번 대회에서 노메달에 그쳤다. 남녀단식 세계랭킹 32위 이내 선수들이 모인 만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됐지만 남자부에선 장우진(29·무소속·세계랭킹 12위), 임종훈(27·한국거래소·21위), 이상수(34·삼성생명·29위), 오준성(18·미래에셋증권·46위)이 16강에 그쳤고, 여자부에서도 전지희(32·미래에셋증권·20위)의 8강이 최고 성적이었다.
노메달의 원인은 기대주들의 성장통과 복병의 증가다. 신유빈(20·대한항공·7위)과 김나영(19·포스코인터내셔널·30위) 모두 여자단식 32강에서 각각 소피아 폴카노바(오스트리아·29위)와 정이칭(대만·11위)에게 패했고, 이상수도 남자단식 16강에서 사이먼 가우지(프랑스·30위)를 넘지 못했다. 중국을 넘기도 벅찬데 세계탁구의 수준마저 상향평준화돼 대표팀의 부담이 커졌다.
역설적이게도 이번 대회가 흥행하면서 대표팀의 경기력은 더욱 아쉽게 느껴졌다. 대한탁구협회는 국제탁구연맹(ITTF)과 협약을 맺고 이 대회를 2026년까지 매년 치르기로 했다. 인천국제공항과 인접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대회를 개최한 덕분에 매일 1000명 이상의 해외 관객이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경기장을 찾았다. 진정한 탁구강국으로 거듭나려면 높아진 행정력에 걸맞은 경기력이 필요함을 새삼 절감했다.
그러나 협회와 대표팀 사령탑들 모두 궁극적 목표는 파리올림픽 메달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특히 유승민 협회장은 그동안 현장의 성적과 경기력에 대해 말을 아꼈다. 지난해 더반 세계선수권대회(은2·동1)와 2022항저우아시안게임(금1·은2·동5)에서 호성적을 거뒀을 때도 초연했고, 올해 부산 세계탁구선수권대회(동1)와 이번 대회를 마친 뒤에도 대표팀을 향해 꾸준한 신뢰를 보였다. 주 감독과 오 감독은 “세계탁구 수준이 상향평준화됐다. 특히 유럽선수들의 서브와 회전력이 좋아져 경계해야 한다”며 “올림픽에선 단식 부담이 크다. 남은 기간 대표팀 내 경쟁과 국제대회 출전을 통해 약점을 보완하겠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