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제이슨 키드(51‧193cm)와 함께했던 시절은 네츠의 최고 전성기였다. 비록 2년 연속으로 파이널에서 준우승에 그치는 아쉬움에 분루를 삼키고 말았지만 '우리도 우승에 도전할 수 있다'는 희망고문(?) 메시지는 구단 고위층에 충분히 전달됐다. 하필이면 파이널에서 만난 상대가 샤킬 오닐의 LA레이커스, 팀 던컨의 샌안토니오 스퍼스였던 것도 불운이었다.
두팀이 강하기도 했지만 포스트가 약한 네츠 입장에서는 역대급 빅맨들이 이끄는 팀과 연전제로 붙었다는 것 만으로도 상대성에서 너무 좋지않았다. 어쨌거나 그렇게 한시대가 갔고 네츠는 2008~13년까지 휴식기에 들어간다. 2008~09시즌을 끝으로 빈스 카터도 팀을 떠나면서 전력은 더욱 약해졌고 그렇게 맞이한 2009~10시즌에서 구단 역사상 최악의 저점을 찍고만다.
네츠가 약했던 시절이 한두번이었냐 할 수도 있겠지만 해당 시즌은 그 정도가 심했다. 개막하자마자 화끈한 18연패를 당했는데 승패를 떠나 경기력 자체가 너무 안좋았던지라 ‘1승이라도 가능하겠냐?’는 심한 혹평이 여기저기서 쏟아져나왔다. 최종적으로 12승 70패로 프랜차이즈 최저 승률(0.146)을 기록했음에도 타팀팬들 사이에서 ‘예상보다는 많이 이겼네’라는 웃픈얘기가 나았던 이유다. 이렇게 힘든 시즌을 보냈음에도 네츠는 드래프트 1번픽마저 얻지못했다.
그런 가운데 변화의 순간이 찾아왔다. 당시 래트너 구단주는 뉴저지에서 브루클린으로 연고지를 이동해서 뉴욕으로 돌아가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를 믿는이들은 사라져갔다. 2005년에 얘기를 꺼낸 이래 별다른 진척이 없었기 때문이다. 잠시 말만 무성하다가 유야무야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2009년에 러시아 갑부 미하일 프로호로프에게 구단이 팔리면서 연고지 이전이 급 탄력을 받았고 결국 진짜로 브루클린으로 이전하게 된다. 큰 시장으로 들어온 것은 축하받을만한 일이지만 문제는 팀성적이었다. 돈은 있어도 성적으로 연결시키기가 쉽지않았다. 물론 예나 지금이나 브루클린은 팀성적 향상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했다.
다만 결실이 제대로 나지않았던 것 뿐이다. 2010~11시즌, 그들은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이던 2011년 2월 24일에 유타 재즈에 데릭 페이버스, 데빈 해리스+2011년 1라운드 드래프트 픽을 주며 야심차게 특급 포인트가드 데런 윌리엄스를 영입했다. 구단은 물론 팬들의 기대감은 컸다.
이미 키드를 통해 클라스높은 포인트가드가 만들어낼 수 있는 높은 시너지를 경험했던지라 윌리엄스와 함께 다시 한번 그때의 영광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당시 팀에는 리그 정상급 센터로 성장한 브룩 로페즈가 버티고있었는데 구단은 여기에 더해 드와이트 하워드까지 데려오려고했으나 불발에 그치고말았다.
성공률이 아쉬울뿐 예나 지금이나 전력이 좋아진다싶으면 업그레이드를 표방하며 과감하게 질러버리는 성향은 여전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어쨌거나 하워드 영입 계획에 실패한 네츠는 발등에 불이 떨어지는 심정을 느꼈다. 단순히 하워드를 못데려온 것이 문제가 아닌 FA로 풀릴 예정인 윌리엄스도 못 잡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윌리엄스를 붙잡으려면 당장 뭐라도 해야 했다. 결국 부랴부랴 1라운드 픽과 메멧 오쿠어, 데릭 윌리엄스를 내주며 제럴드 월러스를 영입하기에 이른다. 물론 그 와중에서도 플레이오프 진출은 실패한다. 월러스를 데려왔지만 윌리엄스의 잔류 가능성은 높지않다는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의외로 윌리엄스는 5년간 9천 8백만 달러에 재계약을 맺는다.
네츠는 신이 났고 기세를 몰아 애틀란타 호크스의 가드 조 존슨 영입에 성공한다. 그렇게 데런 윌리엄스, 조 존슨, 제럴드 월러스, 크리스 험프리스, 브룩 로페즈로 이어지는 라인업이 만들어졌다. 선수 개개인의 면면만보면 우승까지는 몰라도 그동안 하위권을 전전했던 상황을 충분히 반등시킬 것이다는 의견도 적지않았다.
2012~13시즌 에이버리 존슨 감독을 시즌중에 해임했던 것이 그러한 분위기를 말해준다. 멤버구성에 비해 성적이 너무 기대에 미치지못했기 때문이다. 바턴을 이어받은 P.J. 칼리시모 감독대행은 이후 무난하게 팀을 이끌었고 동부 4위로 플레이오프 티켓까지 차지한다.
아쉽게도 거기까지였다. 1라운드에서 시카고 불스와 만난 서로 정신없이 치고받는 진흙탕 승부 끝에 시리즈전적 3-4로 분패하고 만다. 부상자가 많았던 관계로 정상 전력이 아니었던 불스임을 감안했을 때 분명 아쉬운 결과였다. 윌리엄스가 7경기 평균 20.6득점, 8.4어시스트로 제몫을 해냈지만 기대했던 존슨과 월러스가 내내 침묵했던 이유가 컸다. 결국 칼리시모 감독 대행 역시 재계약에 실패한다.
윌리엄스같은 경우 시즌 초반에는 잔부상으로 고생하며 유타 시절에 비해 기량이 떨어졌다는 혹평을 많이 받았다. 카이리 어빙, 즈루 홀리데이 등 떠오르는 신예 포인트가드들에게 올스타 자리도 빼앗겼다. 좋지못한 발목상태가 컨디션에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하지만 올스타브레이크 이후에는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3월 8일 워싱턴전에서 2쿼터동안 3점 슛 9개를 꽂아버리는 괴력을 발휘하며 NBA 신기록을 세운 걸 시작으로 부활의 날개짓을 펼쳐냈다. 구단은 비싼 돈을 들여 계약을 체결한 윌리엄스가 실력을 유지하고 있을 때 승부수를 걸고 싶어했다. 이에 새로운 감독으로 네츠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제이슨 키드를 선임한다.
키드는 불과 한달전까지만해도 뉴욕 닉스에서 선수 생활을 하고있었다. 어지간히 유능하다고 평가받는 지도자 조차 코치경력 등 검증에 검증을 통하는 것이 NBA라는 무대임을 감안했을때 파격도 이런 파격이 없었다.
거기에 더해 보스턴 셀틱스로부터 케빈 가넷, 폴 피어스, 제이슨 테리를 영입하며 빅네임 라인업을 구축한다. 선수의 이름값만보면 구단 역사상 손가락에 꼽힐만한 구성이었다. 하지만 당시 가넷과 피어스는 커리어가 막바지에 다다른 노장으로 전성기에서 완전히 꺾인 상태였다. 냉정히 말해 그냥 네임밸류만 높았다.
네츠는 그래도 달렸다. 그 결과 브룩 로페즈, 케빈 가넷, 폴 피어스-조 존슨, 데런 윌리엄스의 스타팅에 안드레이 키릴렌코, 제이슨 테리, 레지 에반스 등 수준급 벤치전력까지 갖추면서 우승후보로 예상되기도 했다. 하지만 가넷과 피어스는 더이상 예전의 그들이 아니었고 윌리엄스와 로페즈 또한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다.
그래도 기본 이름 값들은 있는지라 중반 이후 연승 행진을 달리며 플레이오프 진출에는 성공한다. 1라운드에서는 토론토 랩터스와 7차전까지가는 접전 끝에 한점차로 승리를 거둔다. 천신만고끝에 2라운드에 진출했으나 상대는 디펜딩챔피언 마이애미였다. 객관적 전력상 마이애미의 우세가 점쳐졌지만 네츠는 정규시즌 상대전적에서 4전 전승으로 압도적 우위를 기록했다.
상대성이 작용하나했으나 결국 4-1로 무기력하게 패하고 만다. 막대한 금전은 물론 미래의 1라운드 지명권까지 주며 당시 라인업을 만들었던 네츠 입장에서는 현재와 미래를 모두 잃어버리는 상황을 맞게된다. 기둥뿌리를 뽑았지만 소득은 너무 적었다. 성적에 대한 조바심이 만들어낸 씁쓸한 결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