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리뷰에서 고전하며 자존심을 구긴 SSG가 시즌 개막전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두며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승리도 승리지만, 내용에서 더 긍정적인 대목이 있었다. 지난해 부진했던 팀의 핵심 야수 최지훈(27)과 박성한(26)의 맹활약이었다. 두 선수의 반등이 있다면, SSG의 시즌 예상 순위는 현재 전문가들이 평가하는 만큼 낮을 이유가 전혀 없다.
SSG는 23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롯데와 시즌 개막전에서 5-3으로 이기고 경기장을 가득 메운 홈팬들의 성원에 보답했다. 시범경기 경기력이 썩 좋지 않아 우려를 모았던 SSG는 막상 시즌이 시작되자 투‧타 모두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올해 중위권 판도의 다크호스로 불리는 롯데를 눌렀다.
선발 김광현이 5이닝 동안 3실점하며 자신의 몫을 했고, 오원석 고효준 노경은 문승원으로 이어진 불펜이 나머지 4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팀 리드와 승리를 지켰다. 여기에 중심 타자들인 최정과 한유섬이 각각 홈런 하나씩을 때리며 기분 전환을 했다는 것 또한 즐거운 요소였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주목할 만한 요소가 있었다. 바로 최지훈과 박성한의 맹활약이다.
SSG의 비교적 더딘 세대교체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것은 센터라인의 육성이다. 오랜 기간 팀의 중견수 자리를 지켰던 김강민의 뒤를 최지훈이 이어받았고, 팀의 수년째 고질병이었던 유격수 자리에는 2022년 박성한이 등장해 한시름을 덜었다. 두 선수는 이제 국가대표 선수로도 활약하는 등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두 선수의 성적이 떨어지면서 의구심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최지훈은 시즌 중 다친 왼 발목 여파에서 끝까지 헤어 나오지 못했다. 하체가 고정되지 못하다보니 타격폼이 무너졌고, 조급함까지 더해져 지난해 타율이 뚝 떨어졌다. 박성한도 괜찮은 볼넷 비율을 유지했지만 역시 타율이 떨어졌다. 3할 타율 타자의 타율이 지난해 0.266으로 떨어졌으니 체감상 삭감폭이 컸다.
하지만 두 선수는 올 시즌 반등을 벼르며 이를 악물었고, 캠프 기간 중 성과가 나온다는 기대감을 모았다. 최지훈은 발목 치료를 한 뒤 올해 캠프를 의욕적으로 임했다. 1차 플로리다 캠프 당시 최지훈을 캠프 MVP로 뽑는 관계자들이 적지 않았을 정도다. 박성한은 타격의 그림을 상당 부분 바꾸면서 더 정교한 콘택트와 장타를 한 번에 잡고자 했다. 시범경기에서 컨디션을 끌어올린 두 선수는 개막전까지 맹활약하며 상승세를 이어 갔다.
팀의 새로운 리드오프로 낙점된 최지훈은 이날 3타수 2안타 1볼넷 3득점을 기록하며 팀의 공격 첨병 몫을 완벽하게 해냈다. 1회 첫 타석부터 잘 맞은 우전 안타를 때리더니 3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우익수 키를 넘기는 총알 같은 2루타로 일찌감치 멀티히트 경기를 만들어냈다. 1회는 한유섬, 3회는 최정의 홈런 때 홈을 밟았다. 4-3, 1점 리드가 불안하게 이어지고 있던 7회에도 볼넷으로 출루한 뒤 2사 2루에서 최정의 내야안타 때 바람처럼 달려 홈을 쓸어 귀중한 득점을 만들었다. 현재 SSG에서는 오직 최지훈만이 할 수 있는 플레이였다.
지난해 최지훈의 타석당 투구 수는 3.6개 정도로 많은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날은 타석당 5개의 공을 보며 리드오프로서의 자질을 보여줬다. 최지훈은 경기 후 "의도적으로 공을 본 것은 아니고 첫 두 타석에서 안타를 치다 보니 이후 투수들이 더 깊숙하게 공을 던지면서 많은 투구 수를 이끌어냈다"면서 "내 스타일대로 할 생각"이라고 각오를 드러냈다.
6번 타순에 위치한 박성한은 이날 2타수 2안타 2볼넷으로 100% 출루했다. 2회 볼넷, 4회 중전 안타, 6회 좌전 안타, 8회 볼넷을 기록했다. 눈여겨볼 만한 것은 2안타보다는 2볼넷이었다. 새로 적용된 자동 볼-스트라이크 판정 시스템(ABS)의 수혜자가 될 수 있는 유력한 후보라고 봤는데 시작부터 그 가설이 증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SSG 전력 분석팀은 지난해 스트라이크 판정에서 가장 많은 오심을 당한 팀 내 선수로 박성한을 뽑는다. 박성한은 원래 콘택트 능력도 있지만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던 요소가 선구안이었다. 지난해 몇몇 오심에 그 존이 흔들리는 경향이 있었는데 ABS는 그럴 일이 없다. 한 번 설정하면 흔들릴 일이 없다. 박성한도 "ABS존을 어느 정도 그려놓고 타격에 임하고 있다"면서 자신의 존 설정은 마쳐가고 있음을 시사했다.
최지훈과 박성한이 살아나면 SSG 타선은 확실히 강해진다. 지난해 이상의 전력 보강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두 선수의 뚜렷한 반등 가능성은 이날 1승의 기쁨을 더했다.